[인터뷰] 백은수 교수, 패션 소비자의 마음 읽는 연구로 의류학 미래 그리다

[인터뷰] 백은수 교수, 패션 소비자의 마음 읽는 연구로 의류학 미래 그리다

한국의류학회 창립 50주년 ‘영원신진학자학술상’ 사회계열 수상
패션마케팅·소비자행동 연구로 디지털 리테일과 지속가능한 패션의 미래 제시
“좋은 연구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 산업과 사회를 잇는 소비자 연구 이어가

한국의류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학술행사에서 백은수 의류학과 교수가 사회계열 ‘영원신진학자학술상’을 수상했다. 영원신진학자학술상은 미래 의류학을 이끌 젊은 연구자를 발굴하고 학문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백 교수는 패션마케팅과 패션소비자행동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를 이어오며 디지털 리테일과 지속가능한 패션 연구를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한국의류학회 창립 5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상을 받아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국내에서 연구자의 길을 시작해 해외에서 연구와 교육 경험을 쌓은 뒤 다시 한국 의류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해온 연구를 격려하는 동시에 앞으로 국내 의류학의 세계화에 더 책임 있게 기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에 주목한 연구 

▲ 백은수 의류학과 교수는 한국의류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학술행사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영원신진학자학술상'(사회계열)을 수상했다. ⓒ 백은수 교수
▲ 백은수 의류학과 교수는 한국의류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학술행사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영원신진학자학술상'(사회계열)을 수상했다. ⓒ 백은수 교수

백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출발해 온라인 상품 제시, VR과 메타버스, 가상 인플루언서, 지속가능한 패션 소비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 그 중심에는 항상 ‘소비자는 주변의 미묘한 단서를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하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또한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와 외부 연구과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패션마케팅과 소비자행동 연구의 범위를 넓혀 왔다. 그는 “패션마케팅 연구가 학문적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산업과 사회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백 교수의 연구는 소비자가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환경과 맥락에서 접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과정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초기에는 매장 환경의 시각적 따뜻함과 복잡성이 소비자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후 연구 범위를 온라인 리테일로 확장해 상품이 제시되는 맥락과 착장 방식이 소비자의 심상 형성과 상품 가치 평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증했다. 백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작은 차이가 패션 소비자의 마음에서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지를 밝히는 연구다”고 설명했다. 

최근 백 교수가 주목하는 연구 주제는 디지털 리테일의 포용성이다. 3D 이미지와 가상 매장, 가상 피팅, AI 추천 서비스 등 디지털 기술은 소비자의 쇼핑 경험을 크게 바꾸고 있지만, 모든 소비자가 같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연령과 지역, 신체적 조건, 디지털 리터러시, 경제적 여건에 따라 누군가는 기술의 혜택을 크게 경험하지만 누군가는 오히려 소외되거나 더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앞으로의 디지털 리테일 연구는 기술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을 넘어 기술이 누구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누구를 배제할 수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그는 AI 추천과 가상 피팅, 피지털(피지컬과 디지털의 합성어,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에 온라인의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 매장, 개인화 서비스 등이 다양한 소비자의 접근성과 웰빙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는 방안을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실험으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심리’ 분석

▲ 지난달 Bath, UK에서 개최된 The European Marketing Academy(EMAC)에 참석한 백 교수의 모습. ⓒ 백은수 교수
▲ 지난달 Bath, UK에서 개최된 The European Marketing Academy(EMAC)에 참석한 백 교수의 모습. ⓒ 백은수 교수

백 교수가 이끄는 Fashion Marketing & Consumer Research Lab(FMC 연구실)은 소비자 실험연구 방법론을 적극 활용한다. 실험연구는 소비자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요소만 체계적으로 변화시키고 나머지 조건을 통제해 소비자 행동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패션 소비는 감각적이고 맥락 의존적인 특성이 강해 소비자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심리 변화가 많다. 

이를 위해 FMC 연구실은 온·오프라인 실험뿐 아니라 3D 매장, VR 환경, 정신생리학적 측정, 빅데이터 분석 등을 연구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백 교수는 “실험연구는 어떤 매장 환경이 소비자의 체류 의도를 높이는지, 어떤 상품 제시 방식이 구매 전환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디지털 기술이 소비자에게 편리함보다 부담감을 주는지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패션 브랜드와 리테일 기업이 감각이나 직관이 아닌 소비자 심리에 기반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지속가능한 패션의 핵심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이미 생산되고 소비된 의류가 더 오래, 더 의미 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순환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며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구매자가 아니라 순환 시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다”고 말했다. 

기업 역시 친환경 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행동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과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 수선과 재판매가 가능하도록 설계하며 사용 후에도 가치가 이어지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속가능한 패션의 핵심은 소비자의 순환적 선택이 더 편리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도록 시장을 설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연구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

▲ 백 교수는 좋은 질문으로부터 좋은 연구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 백은수 교수
▲ 백 교수는 좋은 질문으로부터 좋은 연구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 백은수 교수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백 교수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다. 그는 “연구방법과 통계분석도 중요하지만 의미 있는 연구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설명을 찾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실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연구 성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즐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며 학생들이 자신만의 연구 주제를 발전시키고 국내·외 학술 교류를 통해 더 넓은 학문적 대화 속에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앞으로도 디지털 리테일 기술의 발전과 순환적 소비를 중심으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진화하는 디지털 리테일 기술이 소비자의 선택과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또 다양한 소비자에게 더 접근 가능하고 포용적인 경험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지를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패션 브랜드와 리테일 기업이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며 “학생들이 자신만의 연구 질문을 가진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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