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황 속 SPA 브랜드 ‘이유있는 질주’

[인터뷰] 불황 속 SPA 브랜드 ‘이유있는 질주’

기사원문 https://www.sentv.co.kr/article/view/sentv202601220046

 

불황 속 SPA 브랜드 ‘이유있는 질주’

경제·산업 입력 2026-01-24 07:00:04 수정 2026-01-24 07:00:04 최동수 기자

 

국내외 주요 SPA 매출 성장 이어져
디지털·AI 혁신과 제품 희소성 승부
국내 패션 대기업들 사업 재편 속도

지난해 11월 새롭게 오픈한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 앞에서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무신사]

[서울경제TV=최동수 인턴기자]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니클로, 탑텐을 비롯한 SPA 브랜드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합리적 가격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디지털과 AI를 접목한 물류 혁신으로 재고 효율을 극대화하고, MZ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소비자 경험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반면 코오롱, LF 등 국내 주요 패션 대기업이 전개하는 중가 브랜드들은 고가 명품들과 저가 SPA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 경기 불황 맞아 지속 성장하는 SPA

국내외 주요 SPA 브랜드 4개사 2025년 매출 및 추정치. [사진=나노 바나나 프로 생성]

유니클로의 부활은 수치로 증명됐다. 지난해 유니클로는 한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27.5% 증가한 1조3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노재팬’ 운동과 코로나19 여파로 부진을 겪은 지 불과 5년 만에 거둔 반등이다.

토종 SPA 브랜드들의 공세도 매섭다. 탑텐은 연 매출 1조 원 고지를 밟았으며, 스파오 역시 60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고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 지난해 47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내 매장을 10곳까지 확대하는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며 올해 연 매출 1조 원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이 SPA 브랜드 성장에 촉매제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SPA는 본질적으로 불황을 먹고 크는 브랜드”라며 “한국도 이제 저성장 기조로 가면서 SPA 브랜드의 매출 신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가격경쟁력 위한 디지털 전환에 속도

SPA 열풍을 착한 가격만으로 완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디지털·AI 기반 물류 혁신이 성장의 실질적인 동력이 됐다고 평가한다.

대표적으로 유니클로는 상품 태그 내부에 RFID(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사물에 부착된 전자태그의 정보를 읽어 식별하는 기술)칩을 삽입해 재고 관리와 판매시점관리(POS) 효율을 극대화했다.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과정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한다. 탑텐 역시 AI 기반의 매장 간 물량 배분(RT·Rotation)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제품·사이즈·컬러별 재고를 실시간으로 정렬해, 매장별 판매 속도에 따라 재고를 빠르게 재배치하는 방식이다. 과거 인력에 의존하던 작업을 AI가 대체하며 업무 처리 속도는 기존 대비 6배 이상 향상됐다.

SPA 브랜드가 디지털·AI 기반 물류 혁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판매 기회와 마진을 동시에 회복시키는 장치다. 백은수 한양대학교 의류학과 교수는 “재고 정확도가 높아지면 재고 불일치, 오배송, 매장 내 온-쉘프 결품(실제 진열대에 상품이 없는 상태)이 줄고 그만큼 정상가 판매 비중이 올라간다”며 “기술 투자는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매출을 만들고 할인 의존도를 낮춰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 MZ세대 잡아라…희소성 있는 제품으로 공략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입점해 있는 유니클로 매장 전경.[사진=유니클로]

그뿐만 아니라 SPA 브랜드들은 유명 디자이너 및 캐릭터 IP와의 협업을 통해 희소성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니클로는 클레어 웨이트 켈러, 크리스토퍼 르메르 등 디자이너와의 협업 라인을 꾸준히 선보이며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싶어 하는 MZ세대 수요를 충족했다. 스파오는 캐릭터 IP와의 밀착 협업으로 특정 캐릭터 팬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또한 대체 불가능한 기본 아이템을 앞세워 온·오프라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백은수 교수는 “협업은 SPA 브랜드가 갖고 있던 평준화 이미지를 큐레이션 된 한정 경험으로 바꾸는데 방점이 있다”며 “출시 전부터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출시 후에는 SNS를 통해 후기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해 방문 동기를 끌어 올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장기적으로 SPA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가성비에서 가치 대비 가격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기본 라인에서는 합리성을, 협업 라인에서는 디자인 상징성과 소장 가치를 얻어 SPA가 중가 시장 일부까지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고 전했다.

◇ 생존 어려워지는 국내 패션 대기업들

고가 명품과 저가 SPA 브랜드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된 국내 패션 대기업들은 중가 브랜드들을 정리하며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오롱은 최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과 자체 남성복 브랜드 ‘아모프레’의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2021년 론칭했던 중저가 데일리웨어 브랜드 ‘코텔로’를 정리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 또한 수입 브랜드인 ‘판가이아’와 친환경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행보는 모호한 정체성과 가격대를 가진 브랜드가 더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는 국내 패션 대기업들의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백은수 교수는 “SPA는 기본 아이템을 빠르게 표준화했고 수입 럭셔리 시장은 확실한 상징 가치를 제공했다”며 “백화점이 해외 컨템포러리 전문관을 강화하면서 중가 브랜드는 핵심 점포의 좋은 위치를 잃거나 면적이 축소되면서 체질적으로 매출을 방어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easts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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